집에 가는 길에
그니가 살던 집에 들러가야겠다.
이제 남모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집
담장 위로 홍시가 빨갛게 익겠다.
발그래진 볼을 살며시 외면하며
빨간 홍시를 내밀던
작고 예쁜 손이 많이 그립다.
이른 아침 그집 앞을 지날 때면
암호처럼 얼룩이 부르는
감미로운 소리가 담장을 넘어와
잠이 덜 깬 가슴이 그제야 깨어나
기지개를 켜던 기억이
자꾸만 발뒤축을 잡아끌고 있다.
이별 뒤로 어쩔 수 없이
그 집 앞을 지나쳐야 할 때도
먼길을 돌아가라 하던 못난 가슴이
서늘해지는 바람 탓에
가늠하는 버릇이 생겨나
기어이 모진 결심을 하게 한다.
한번쯤 그 집 앞을 지나가는 것도 괜찮으리라
지나다 보면 무심해질 것이라
애써 이유를 대보지만
아마도 상처가 도져
또 다시 많은 날을 아파하겠지만
많이 남지 않은 삶이
그마저 감수한다고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