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빈손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망자는 차가운 시체 안치소에서

 가슴이 뚫리고 머리가 부서진 채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이국의 땅까지

 터져나온 뇌수가 흘리는 비린내와 악취가 진동합니다.

 총알사용료!

 고국이 망자에게 지운 빚입니다.

 3,000$은 도저히 갚을 수 없는 거금입니다.

 정치판을 지나간 대가로 국가가 매긴 빚입니다.

 총알 값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숫자입니다.

 민주화를 위한 희생이라는 포장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 될까요?

 남은 가족은 자식을 잃은 슬픔과 허망함보다도

 3,000$을 마련할 고통에 몸부림 칩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자식에게서 풍기는 악취보다도

 헛되이 꿈조차 꿔보지 못했던 3,000$이

 가족의 사고를 마비시킵니다.

 고맙게도 선심 행정이

 망자의 빈손으로 돌아갈 방도를 마련해줍니다.

 대도에서 내쳐져 향리에서 소리 소문없이

장례를 치러야 하지만

 망자에게 묻히는 절차가 대수겠습니까?

 고래의 명언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왔다간 보람을 다 한 셈이지 않을까요?

 망자는 지리한 협상 끝에

 거적 한 장  덮어쓴 채 향리로 향합니다.

 다음 생은 휘둘리는 삶이 아닌 휘두르는 삶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