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가

 먼길을 떠나며 말하더이다,

 장에 다녀올거라고.

 해가 지고도 한참을 죽어라 밭을 일구었다오.

 새참을 먹지 못한 것이 조금은 서운했지만

 저녁엔 모처럼 고기와 시원한 막걸리 한잔 걸칠 수 있을거라고......

 고기 생각에 입안에 침이 고이고

 괭이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더이다.

 장까지 이십리 길

 어둠에 파묻힌 산길을 내달려

 장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 채

 푸주간 처마 밑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오.

 꿈속에서나마 입이 미어터지게 먹는 고기와

 막걸리 한잔

 이른 새벽 푸주간 문 여는 소리에

 마지막 남은 고기 한점을 끝내 먹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 하더이다.

 그날로 사랑하는 이는 장터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오,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들었다고.

 장터의 화재가 되어 오랬동안 뭇사람의 입에 오르게 되었다오.

 오늘도 바보는 푸주간 처마 밑에서

 비를 그으며 새우잠에 빠져 있다오.

 입가로 흐르는 침과

 눈가의 주름 사이로 흐르는 미소로 보아

 아마도 꿈속에서나마 고기와 막걸리를 거하게 걸치는 모양이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