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주 가끔은

 마시지도 못하는 막걸리 한잔 걸치고 싶다.

 한 잔 술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비틀거리며 낯선 이를 붙잡고

 괜한 시비를 걸어도 보고 하소연을 늘어놓다

 오래 전 가슴 깊숙이 묻어버린

 낡은 사진 하나 꺼내어

 그니를 혹여 알고 있지 않냐고

 까만 애교점이 있던 볼이 어느 쪽이냐고

 아직도 긴 생머리를 하고 있냐고

 고개를 주억거리다

 오늘 아침,

 그니를 보지 않았냐고

 그니가 편지 한 장 보내지 않았냐고

 떼를 쓰다가

 기어이 얻어터져 쌍코피를 질질 흘리며

 남의 집 처마 밑에

 퍼질러 앉아 꺼이꺼이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