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오솔길이 몰려온 사람들로 신작로가 되고

 이제 검은 색 외투를 입기 위해 불도저에 밀린 채

 출입금지 줄만이 어둠을 매달고 반갑다 손을 흔듭니다.

 발에 밟힌 잔 자갈이 한밤의 정적을 깨뜨리니

 실내 수영장에 밀려난 풀장을 지키던 개가

 이방인을 ?아 달려나오고

 험악한 개의 모습에

 메마른 근육이 먼저 놀라고

 탁한 피가 끓어올라 심장이 터질 듯 고동칠 때에야

 불도저에 집을 잃은 개미들이

 그제야 달려나와 새집 앞을 경계합니다.

 형태만 남은 수도산은 먼 옛날

 장구 동냥아치가 머물던 땅굴은 흔적도 없이

 숲 대신 집들이 산비탈을 채우고

 시 상수원 시설을 모자처럼 눌러쓴 채

 얼마 남지 않은 소나무가 보초병처럼 어둠을 지킵니다.

 산자락을 끼고 돌면

 고층 아파트와 콘크리트 건물 사이

 어둠을 깔고 앉은 한마지기 논이

 시세에 어두운 촌부의 모습을 한 채

 덩치 큰 아파트를 끌어 안은 채 비틀린 신음을 흘리고 있습니다.

 바닥이 드러난 논물 속에서 벗어나려 아파트가

 잔바람에 괴기하게 몸을 뒤틀 때

 배부른 개구리들이 저를 보아 달라

 찾아 달라고 합창을 시작합니다.

 취객의 고함소리,

 자동차 경적도

 아지 못하는 태고의 생명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배를

 서로 경쟁하듯 부풀리며

 유혹의 노래를 합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