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난,

 그 거리에 흰 눈이 내리면 좋겠네요.

 하얗게 쌓인 눈 위로 맨 처음 새겨진 발자국

 아마도 그대에게 달려가지 않을까요.

 그대 떠난 그 날

 이른 새벽부터 비바람 몰아쳐

 비안개 속에 그대 모습 잘보이지 않아

 그대 발자국 빗물에 이내 씻겨가버려

 겨울에 내리는 비는 눈물샘에 온전히 흘러 넘치네요.

 첫눈이 오면 그대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첫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옷장 속 깊숙이 숨겨둔 그대가 선물한 노란

솜털 티를 꺼내고

 그대가 버리고 간 빨간 우산을 찾아

 머리맡에,

 문 밖에 세워둔 채 시간을 헤아리다

 그리움 속으로 스물스물 스며드는 불안감에

 그리움이 살얼음으로 변해 조각조각 부서져 흩어지네요.

 첫눈은 대부분 오는둥 마는둥 흩날리다 만다잖아요.

 그대 돌아온다는 헛된 약속처럼 말만 무성하다 말겠지요.

 아마도 흰 눈이 세상을 다 뒤덮어도 그대 찾아갈 수는 없겠지요.

 눈 위에 남은 무수한 발자국 속에서 그대 발자국을 찾을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