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리면 꼭 오마는 언약
싸라기 첫눈이 내린둥 마는둥
여러 날이 서럽게 지나가고
꿈인 듯 생시인 듯 간밤에
함박눈이 달빛에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려
지붕 위에,
오동나무 헐벗은 가지마다 하얀 솜털 옷을
입히고
마당에 온통 밀가루를 뿌려놓아
대바구니 하나 가득 하얀 가루를 쓸어담아
시린 손 호호 불며 반죽하여
곱게 밀어
임 좋아하는 칼 수제비 한 솥 끓여
꽃 반상에 알맞게 익은 김장 김치와 함께
그 언약 올려놓지요.
따사로운 겨울 했살에 흰 눈이 다 녹기 전에
임이여!
곧 깨어날 내 꿈속에 뿌려놓은 하얀 눈 위를
미끄러지는 했살처럼 바삐 달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