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겨줄 이 없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의 온기가 그리워

 하릴없이 북적대는 장터로 향합니다.

 좁은 통로에 서성이며 이리저리 치이다

 필요없는 옷점을 기웃거려보고

 요리할 줄도 모르는 나물들을 만져도 보고

 비린 생선전에 가로막혀 몸을 비틀다

 어설픈 몸짓에 돌아오는 눈총을 피해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고는

 낑낑대는 강아지

 철망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 마리 사다 동무나 할까,

 어미 품을 떠나온 사실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까닭모를 두려움과 배고픔에 바들거리는 강아지

 저를 닮은 눈에서 제 모습을 한참을 찾다가

 제 한몸 어쩌지 못함에

 좋은 주인 만나기를 빌어주고는 돌아섭니다.

 사람들 손에 들린 장바구니 속을 헤아리다

 그네들과 같아지고 싶어

 무엇이든 하나쯤 사야한다고

 여자들 노리개 좌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누군가를 떠올려 봅니다.

 멋쟁이에게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싸구려들이 내키지 않지만

 기어이 황금빛 머리핀 하나 주워들고

 돌아서는 눈가의 주름 사이로 이슬이 번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