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에

 아무도 찾지 않는 헐벗은 산은

 밤새워 내리는 솜털 같은 눈이 반가워

 굽이마다

 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앙상한 나무 가지마다

 순백의 만물화를 피워 올렸습니다.

 깊은 골 계곡에 녹아드는 한 송이 눈조차

 버리지 못하고 얼려 품은 채

 태고적 그 자리를 지킵니다.

 겨울 산엔 매서운 바람과 유수 같은 시간이

 모처럼 개인 날의 겨울 햇살마저

 눈이 부시도록 갇혀 있습니다.

 새 하얀 산비탈 한 자락에 헤매이며

 누군가를 부르면

 길 잃은 길손에게 동무 삼으라고

 대답없는 메아리는 돌려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