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잡초틈에서 자랐습니다.

 들짐승들이,

 사람들이 밟으면 밟히는 대로

 그것이 숙명이라 여기고

 몇 번이고 일어나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잡초가 다 그렇 듯 끈질기게도 살아 남았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 날

 까까머리 소년이 꽃이라 불러주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잡초에 불과했습니다.

 이름도 없이 볼품없는 떡잎 세 장뿐인 야생화지만

 짓밟아도 그만인 잡초가

 아니란 사실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무수한 잡초들 사이를 비집고 기어오르다

 끝내 넘지 못한 억새풀 틈새에서

 떡잎 한장 뜯어내 킁킁대는 그만이 맡을 수 있는

 은밀한 향기로 치장을 합니다.

 계절따라 길가에 코스모스 화사해지며

 사람들의 눈과 가슴이 계절을 품으면

 이내 흥미를 잃고 돌아서는 까까머리 소년의 무정한 뒷모습에

 누렇게 시들어가지만

 그 한번의 부름에

 영원한 꽃으로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