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엔 그니가 있다.

 무성한 잡초와 이름모를 야생화를 헤치고

 숲 깊숙이 이어진 오솔길로 들어서면

 찌르르 가슴을 파고드는 풀벌레 소리와

 오래 묵어 깊은 맛이 절로 느껴지는 솔잎 향이 와락 달려와

 가슴 가득한 응어리 한 짐 내려진다.

 오솔길을 따라 시간이 정지되고

 아득한 기억을 ?아 가노라면 소나무 향과 어우러진

 밤꽃 향에 취한 가슴 속으로 찌르레기 노래한다.

 둘만 아는 숲속 심처 비밀의 옹달샘,

 그니의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은 고운 노래 소리가 여울진다.

 그니는 숲속 나무와 야생화

 우거진 수풀과 바람,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가슴을 울리던 그니의 수줍은 숨결은

 맑은 샘물에 녹아들어 졸졸 거리고

 꽃잎에 맺혀 아롱진다.

 그니는 이제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래 전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굴레 속으로 떠나가고

 이제는 태고의 고요처럼 내 가슴속에만 존재한다.

 새벽 찬 공기에 깨어나 문득 가슴에 차오르는 아련함 처럼

 태고의 신비가 되어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