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단테(Rhodanthe)
꽃말은 수긍하는 사랑이에요
스무살 막지나
봄볕에 회양목 줄지어 설때
두근두근 그이를 만났어요
온몸이 자근자근 짓밟히면서
바스락거리며 꽃을 피웠죠
화병에서 꼭뒤잡혀 술취한 주먹에
꽃잎 우수수 조각나고
부러진 가지에 맑은 피 흘러도
두렵지 않았어요
나의 시간이 아닌
그이의 시간에
나는 그곳에 없었으니까요
부재(不在)의 아름다움에 반해
영속이라는 꽃말을 버리고 개명했어요
네살바기 두 눈에 꺽인 꽃대 비추이면
떨어진 꽃잎으로 덮어 주었지요
연한 콧등에 붉은 무늬 남겨주고
그이는 자신의 시간을 찾아 떠나갔어요
난 이제 마른 하늘에도 뿌리내려
봄볕에 반짝이는 솔향내 피우지요
손길이 나를 어루만질때마다
바스락거리지만 부서지지 않아요
살아있는 종이꽃 로단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