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세가 되어 돌아가신 할머니

돌아가시는 날까지, 내 어머니인

며느리를 시집 온 날부터

시집살이 시킨 시어머니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할머니 젓을 주무른 나에게

오래토록 달궈진 밭이랑처럼

파인 주름 할머니 주름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서울살이가 힘겨워

전라도 임실군 오수면 사월리에

둘째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긴 부부가

팔순을 바라보면서 오십을 바라보는  나에게

한 말씀 하셨다

-내가 자식을 키운다고 노력했는데

 너에게 미안하구나.

 다행스럽게도 너는 자식을 나보다 잘 키우는 구나-

나이들어 주름이 깊어 지는 이유는

땅에 오랫동안 신세진 탓

새싹이 햇살아래 파르르 고개를 쳐들다가

햇살이 따갑고 고맙고

땅이 더디고 고맙고

함부로 징검징검 내 딜었던

땅에

겸손해 하면서

이마에 손에 발목에

주름살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검버섯이 얼룩덜룩

해와 달과 땅을

내몸에 문신을 새길 때

나는 이제야 나이가 든다

주름살의 웃음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