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떠난 줄 알았는데 약속하지도 않았던 봄이
노크도 없이 내 가슴을 밀어재낀다.
사계절이 아릿했던 시절과
계절이 없었던 침묵속에서도
꿋꿋하게 나를 지키며 살아왔다고 자부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나약한 사람인지
가슴앓이로 겪어내야만 했다.

시간이 생채기를 씻어낸 것이 아니라
상처가 상처를 치유했던 시간들...
무엇인가에 올인하는 내 단점은
여지없이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

타인과 더불어 삶을 다시 추스려 보자는
욕망은 이미 오답이다.
내가 바로 서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와 함께 할까?

품안의 자식처럼, 나를 잘 알고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만이
따스한 입김으로 나를 녹여왔는데

봄볕이 후두득 어깨에 떨어지고
뒤돌아 보는 고개를
훈훈한 바람이 밀어낸다.
너의 길을 가라하면서

나의 길은 없다.
먼저 간 이의 발자취를 따라갈뿐
나라는 허상은
너의 어루만짐으로 제모습을 찾아가는데
네가 없는 봄하늘은
그냥 따스한 계절일 뿐이다.